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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識/한자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지다.

고립(孤立)되는 상황을 겪어본 적 있으신가요?

살아가면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가령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타지에서 온 그가 마을 사람과 싸움이 나자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거짓말을 자주 하던 친구가 도와 달라 말을 하자 듣는 사람이 없었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또는 내 편이 아무도 없는 상황을 겪을 수 있는데요.

그 일이 크던, 작던 힘들고 당황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혼자서 고립된 상태를 일컬어 사면초가에 빠지다라 말하곤 합니다.


ⓒ Pexels

사면초가(四面楚歌)’“사방(四方)에서 들리는 초(楚)나라의 노래”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된 상태에 빠짐”을 이르는 고사성어(故事成語)’입니다.

그런데 사방에서 초(楚) 나라의(楚) 노래가 들리는 것이 왜 고립된 상태를 일컫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

이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선 사면초가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봐야 합니다.


사면초가(四面楚歌)’란 고사성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서 등장합니다.

항우(項羽)는 많은 분들이 잘 아시듯 중국 최고의 무장(武將)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항우는 진(晉) 나라(晉) 말기 초(楚) 나라의(楚) 장수로, 중국의 패권을 잡기 위해

한(漢) 나라의(劉邦)과 기나긴 전투를 하며 대립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유방은 군대를 모아 항우를 추격하게 되는데요.

결국 유방의 한나라군은 항우를 해하(垓下, 안휘성 영벽현 동남쪽)에서 포위하게 됩니다.

ⓒ  Pixabay

한나라군은 유방의 군대를 포위하고 매복하여 병사와 식량을 떨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때 점점 더 포위망을 좁혀오던 한나라군은 포로로 잡은 초나라 병사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는데요.

포위된 항우의 병사들은 자신들의 고향인 초(楚) 나라의노랫소리를

고향을 그리워하고 슬픔에 빠져 사기가 떨어졌습니다.

항우 또한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의 노랫소리에

이미 한나라가 초나라를 빼앗았다는 생각을 하며 탄식을 하게 되는데요..

이때 항우는 시()를 하나 짓고는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이때 지은 시가 그 유명한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입니다.

力拔山氣蓋世 역발산기개세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 또한 세상을 덮을 만하나)

時不利兮騅不逝 시불리혜추불서 (때와 운이 불리하니 추 또한 달리지 못하는구나.)

騅不逝兮可奈何 추불서혜가내하 (추가 달리지 못하니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虞兮虞兮奈若何 우혜우혜내약하 (우여, 우여, 그대를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냐?)

*추(趨)는 항우가 타던 명마(名馬), 우(虞)는 항우가 사랑하던 여인 우희(虞姬)

 

 

항우는 그날 밤 남은 병사들을 데리고 포위를 뚫기로 결정합니다.

결국 포위를 뚫고 오강(烏江, 안휘성 화현 동북쪽)으로 나가는 것은 성공했지만

그의 곁에 남은 것은 이십여 명만의 병사들뿐이었습니다.

항우와 병사들은 다시 유방의 군대에게 포위되었고 끝까지 싸웠지만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항우는 결국 그곳에서 스스로 목을 베고 자결하여 생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사면초가(四面楚歌)’ 라는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 아시겠나요? 

항우의 군대가 유방의 군대에게 쫓겨 해하(垓下)에서 포위되어

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래가 들려오는 그때.

당시 항우의 군대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외롭게 고립되어있었는데요.

이 항우의 군대의 모습 때문에 사면초가라는 고사성어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된 상태‘라는 의미가 붙은 것입니다.

ⓒ Pxhere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우리나라의 노래를 들었을 때 고향 생각이 나는 것처럼

항우와 병사들 또한 몸과 마음이 지친 타지에서 고향의 노래를 들었을 때

더욱더 외로웠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고, 쉽게 사용하는 말이지만

한자의 뜻과 사용되는 의미가 관계가 없어 보여서 헷갈릴 수도 있는데요.

이런 고사성어들 속에는 담긴 이야기를 알아보면 적절할 때에

헷갈리지 않고 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