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한, 모순되는 점이나 틈을 뜻하는 단어인 ‘맹점(盲點)’은 사실 우리 눈의 특징을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 몸은 오랜 기간 진화를 거쳐 지금의 신체를 가지게 됐는데요. 하지만 진화 과정에서 모든 부위가 완벽하게 진화된 것은 아닙니다. 신체에는 ‘척추’나 ‘정관’같이 효율적이지 못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부분들도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맹점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 몸의 특이한 부분 중 하나인 맹점.
오늘은 이 맹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맹점이란?
‘맹점(盲點)’은 눈의 망막 안쪽에 있는 물체가 보이지 않는 부분입니다. 우리 눈의 시신경이 안구를 빠져나가 뇌로 가는 부위를 ‘시신경유두’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맹점’입니다. 영어로는 ‘Blind Spot’라 부르며 처음 맹점을 발견하고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마리오트의 이름을 따 ‘마리오트 맹점(Mariotte’s spot)’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맹점은 작은 타원형의 부분으로, 망막 안쪽에서 코 쪽으로 15º정도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며 척추동물의 눈에만 존재합니다. 낙지, 문어, 오징어와 같은 ‘두족류’의 경우 시신경이 망막 바깥쪽에 위치하고, 시신경이 발달하여 맹점이 존재하지 않는데요.
왜 척추동물들에겐 맹점이 생길까요?
맹점이 생기는 이유
우리 눈이 물체를 본다는 것은 빛에 의해 망막에 맺힌 상을 시신경이 뇌로 전달해 줘 인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망막에 맺힌 상을 뇌로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는 시신경이 한 곳에 모여 빠져나가는 곳이 바로 ‘맹점’입니다.
이 맹점에는 시각세포가 없어 빛에 대한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데요. 이것은 곧 물체의 상이 맺히지 않고 상이 맺혀도 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맹점 테스트
맹점 테스트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1. 한쪽 눈을 감는다.(왼쪽, 오른쪽 상관없다.)
2. 화면에서 40cm 정도 떨어진 뒤 오른쪽 눈을 떴으면 R에, 왼쪽 눈을 떴으면 L에 집중한다
3. 시선을 유지한 채 화면에 서서히 다가간다.
4. 어느 순간 반대쪽 글자가 맹점 안에 들어가고, 보이지 않게 된다.
5. 대신 바탕색인 밝은 회색으로 보인다.
반대쪽 글자가 사라질 때 맹점에 글자가 들어온 것인데요. 이때 맹점에는 빛에 반응하지 않아 검은색으로 보여야 하지만 바탕색이 '회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이는 우리 뇌가 주변 이미지를 토대로 주변을 채워 넣기 때문에 바탕색이 회색으로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맹점으로 생기는 불편함
맹점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는 것에서 불편할 것 같지만 사실 맹점으로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우리는 평소 두 눈으로 사물을 보게 되어, 한쪽 눈의 맹점은 반대쪽 눈이 봐주면서, 서로의 맹점을 보완하기 때문에 맹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한쪽 눈만 사용한다고 해도 보통 눈을 한 곳만 응시하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맹점으로 인한 불편함을 거의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맹점은 치료할 수 있을까?
맹점이 우리 삶에 불편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없애고 싶을 순 있는데요. 하지만 맹점을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국 노이스턴대에서는 이런 맹점을 없애기 위한 연구를 했고, 결국 맹점의 크기를 훈련을 통해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맹점의 약 12% 정도를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맹점은 큰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굳이 줄일 필요는 없는데 왜 이런 실험을 한 것일까요?
사실 이 실험은 맹점과 비슷한 증상인 '암점'의 치료를 위해 진행된 것입니다.
맹점과 암점
맹점과 비슷한 현상인 ‘암점(暗點)'은 사고나 질환으로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보통 망막이나 뇌에 이상이 있어 발생하며, 시신경 질환이나 황반변성 등의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데요.
증상은 맹점과 동일하게 안 보이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지만, 맹점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작은 부분이라면, 암점은 그 범위가 커질 수 있어 문제가 됩니다.
암점은 '실성암점'과 '허성암점'으로 구분되는데요. '허성암점'은 맹점과 같이 뇌가 주변의 이미지를 토대로 채워 넣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데요. 반면 '실성암점'은 암점이 커지면서 빛 처리에 문제가 생기고, 곧 시야에 문제가 생겨 실질적으로 불편해지는 암점입니다.
이 암점은 질환이라고 보다 하나의 증상인데요. 심해질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맹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맹점은 일상에 불편함을 주지도 않고, 치료도 할 수 없어 신경 쓰지 않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한데요.
눈에 있는 맹점뿐만 아니라 우리 생각과 말에 있는 맹점도 훈련을 통해 줄여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에 오류가 있거나 오타가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