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를 급하게 도망가고, 달아나는 것을 보며 ‘줄행랑을 치다’ 혹은 ‘줄행랑을 놓다’라고 말하는데요. 여기에 덧붙여 ‘36계 줄행랑’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평소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왜 이런 말이 생겨났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요.
오늘은 36계 줄행랑이라는 말의 의미와, 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줄행랑의 의미는?
'줄행랑'은 '행랑이 줄 지어 서 있는 것'을 말합니다.
‘행랑(行廊)’이란 과거 양반집에서 일하던 노비들이 사는 곳으로, 보통 대문의 좌우에 위치합니다.
재산이 많고 권력이 강한 양반집에서는 많은 노비를 부리며, 행랑이 또한 많아졌는데요. 이 '행랑이 줄지어 늘어서는 것'을 가리켜 ‘줄행랑’이라 합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도망치다’, ‘달아나다’의 의미로 사용될까요?
과거에는 권력이 바뀌며 몰락하는 가문이 많이 있었는데요. 노비들은 이런 집안의 상황을 눈치채고, 자신까지 화를 입기 전에 급하게 도망치곤 했는데요. 이런 상황이 많아지면 ‘눈치를 채고 미리 피하려 달아난다’는 의미로 굳어지며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왜 36계 줄행랑일까?
그런데 왜 36계라는 것이 붙었을까요?
이 '36계'는 사실 중국의 병법에 있는 '계략' 중 하나입니다.
중국은 넓은 영토에 많은 나라들이 생겨나면서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이에 많은 병법서가 나오게 됐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손자병법(孫子兵法)’ 또한 그중 하나입니다.
남북조시대에 송나라 명장 중 한 명이었던 ‘단도제(檀道濟)’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병법 ‘삼십육계(三十六計)’를 만들게 됐습니다.
이 중 '36번째 계략'인 ‘주위상(走爲上)’은 ‘모든 방법을 다 써도 불리해 궁지에 몰렸을 때는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라는 의미로, ‘낌새를 채고 달아나다’라는 ‘줄행랑’과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둘을 합쳐 ‘36계 줄행랑’이라 말하곤 합니다.
삼십육계란?
‘삼십육계(三十六計)’는 말 그대로 '36개의 계략'을 말합니다.
남북조 시대 명장으로 일컫는 ‘단도제(檀道濟)’가 만든 병법으로 6가지의 상황에 따라 각각 6가지의 계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승전계(勝戰計)
'1~6계'가 포함된 '승전계(勝戰計)'는 승리에 가까울 때 쓰는 계책입니다.
적전계(敵戰計)
'7~12계'의 '적전계(敵戰計)'는 상대와 내가 비슷할 때 사용하는 전략으로, 기묘한 전략을 통해 적을 어지럽게 해 무너뜨리는 전략입니다.
공전계(功戰計)
'13~18계'의 '공전계(功戰計)'는 흔히 말하는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의 계책입니다. 나의 상황과 적의 상황을 알 때 가장 좋은 효과를 가진 방법으로 공격을 하는 전략입니다.
혼전계(混戰計)
'19~24계'의 '혼전계(混戰計)'는 적이 혼란할 때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병전계(幷戰計)
'25~30계'의 '병전계(幷戰計)'는 상대를 밀어내기 위한 계책으로, 적이 될 수 있는 다른 편을 이용하는 전략입니다.
패전계(敗戰計)
'31~36계'의 '패전계(敗戰計)'는 지고 있거나, 불리해 패배할 것 같을 때 사용하는 계책으로, 36계 줄행랑의 ‘주위상(走爲上)’이 여기에 포함되며, 잘 알려진 '미인계(美人計)' 또한 여기에 포함됩니다.
기타
사실 ‘주위상(走爲上)’은 '힘을 더 길러 후일을 도모한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단지, ‘도망치다, 달아나다’의 의미를 가진 ‘줄행랑’과 완전히 같은 의미라 할 순 없지만, '눈치를 채고 달아난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통해 함께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36계 줄행랑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36계 줄행랑'이 한 단어이거나, 속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사실은 관습적으로 사용된 단어라고 하니 신기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 잊지만 그 속에 담긴 생소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는데요. 단어들이 의미를 가지게 된 이야기를 알아가다 보면, 단어를 좀 더 잘 활용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에 오류가 있거나 오타가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