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 조선 왕들의 '묘호(廟號)'와 '휘(諱)'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익숙했던 묘호가 아닌 휘를 통해 왕들을 알아보니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왕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묘호와 휘뿐만 아니라
'아명(兒名)'과 '자(字)'라는 이름까지 나오는데요.
아명(兒名)
자(字)
'아명(兒名)'은 어릴 때의 이름, '자(字)'는 성인이 되고 나서의 이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름을 귀하게 여겨 본명을 잘 부르지 않고 '아명'이나 '자'로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니깐 아명과 자는 예명 같은 겁니다. 하지만 본명보다 더 자주 불리는 이름이기에
아무렇게나 지을 수는 없었을 텐데요.
더구나 한 나라의 왕의 이름이면 더 심사숙고해서 정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한 왕의 아명이'개똥이'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 주인공은 바로 조선의 26대 왕이자 대한제국의 1대 황제였던 ‘고종’입니다.
고종은 모두가 잘 아시는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 이하응(李昰應)'의 둘째 아들입니다.
고종의 선대왕인 '철종(哲宗)'이 후사가 없이 승하하자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은
궁중 최고 어른인 '조대비(익종의 왕비이자 24대 헌종의 어머니)'와 연락을 취하며
자신의 둘째 아들 '이명복'을 '익종(효명세자)'의 양자로 보냈습니다.
그 후 '이명복'은 '익성군(翼成君)'의 군호를 받고 곧바로 26대 왕으로 즉위하였습니다.
*고종의 즉위 배경에는 더 깊은 이야기가 있지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고종은 12세라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게 됐는데요.
그 전에는 그저 평범한 종친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고종의 아명은 '명복(命福)'이었습니다.
왕위에 올라서는 항렬을 맞추기 위해 이름을 '재황(載晃)'으로 개명하였고
다시 피휘를 '형(㷩)'으로 개명하였습니다.
그럼 '개똥이'란 이름으로는 언제 불리어진 걸까요?
고종은 ‘명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이전 태어났을 때부터 걸음을 걷기 시작할 때 까지 ‘개똥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그저 별명처럼 부르는 아명이긴 하지만 왜 하필 '개똥이'었을까요?
그 이유는 어떤 미신 때문이었는데요.
‘천명위복(賤名爲福)’
“천한 이름을 지어야 복을 받고 오래 산다.”
과거 조선에는 천한이름을 지어야 복을 받고 오래 산다는 미신이 떠돌았습니다.
이런 속설 때문인지 이름 있는 집안의 자식이나, 자식이 귀한 집안에서는
어릴 적 이름을 '개똥이', '검둥개', '도야지' 등과 같이 천한 이름을 지어줬다고 합니다.
그 예로 조선 전기 명재상으로 잘 알려진 '황희'의 어릴 적 이름은 ‘도야지’였다고 하는데요.
그 이름 덕분인지 몰라도 '고종은 67세', '황희는 89세' 까지 살며 장수를 했습니다.
거기에 고종은 갑자기 왕까지 됐으니 이름 덕을 톡톡히 본 것 같네요.
그 당시 천한 이름을 짓는 미신 때문에 천한 이름 짓기가 유행이었고
때문에 고종은 어린시절 ‘개똥이’로 불렸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름을 중요시 하는건 변함이 없었나 봅니다.
권력의 상징이자 최고의 위엄을 가진 '왕'의 이름이 ‘개똥이’었다니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그런데 또 조선 왕조에 재밌는 사실이 있는데요.
바로 농부 출신 왕이 있다는 것입니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힐 것 같은 조선의 왕 중에서 과연 누가 농사를 지었을까요?
다음 글은 밭을 매다 궁궐에 가게 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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